불법 키스방 운영 부산 경찰관 적발 이후 장소 옮겨 또 영업 연합뉴스


평소엔 북적이던 곳이지만 9시가 되기 전인데도 저녁 시간 내내 인적은 드물었다. 거리를 걸으며 보이는 사람은 다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영등포 모처에 위치한 유사 성매매 업소인 ‘키스방’을 직접 찾아갔다. 창문이 가려져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3층까지 올라가는 층계에도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하니 불투명 유리문 뒤로 불이 켜져 있는 듯했다.


어쨌든 술은 안 마시고, 어쨌든 몸 파는 일이 아니라는 위안거리가 생기잖아. B도 역시 내 직업이 뭔지 열심히 캐물었지만, 얘는 딴 얘기를 너무 많이 했어. 그러니 수입 얘기 나오고, 투잡까지 계산하면 어라 나보다 잘벌겠네 생각 들면, 쓰바 판타지는 고사하고 구겨진 바지 같은 내 모습만 남는 거 아니겠어.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사무직은 아니야) 밤에 여기 와서 투잡을 뛴다고 하더군.


경찰은 "키스방은 고용된 여성과 일정 시간 동안 밀실에서 키스만 할 수 있고 일절 다른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영업이 아니다"고 밝혔다. 신고만으로 열 수 있는 자유업종이기에 경찰청 및 구청, 시청 어디에서도 키스방 수를 집계조차 못하고 있으며, 불법 성매매행위를 입증해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화예약을 한 뒤 찾은 키스방은 놀랍게도 대로변에 버젓이 위치하고 있었다.


원래 대충 얼버무리잖아… 뭐 보통 직장 다닌다… 그럼 어디 다니느냐, 많이 버느냐 까지 묻는다는 거지. 그걸 모자라다고 여기는 건 개인 자유겠지만, 솔직히 나같으면 굳이 이런 투잡을 뛰진 않았을 거야. 마음 독하게 먹고 짧게 바싹 벌어보자는 생각일 수도 있겠고. 있잖아, 사람은 졸라게 많고 유흥업소도 많지만 간지는 안 나는 지역들… 술값도 좀 싼 그런… 그렇다는 거야. 구체적으로 쓰면 어디 가면 있다는 식인 거 같아서 좀 켕기네. 첨엔 나름 사회 고발 같은… 그런 취지가 있었는데 말이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3~5월까지는 자체적으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다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오자 꼼수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담당 수사관은 B를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최초에 판단했다. 이에 A의 변호인은 △거짓말 탐지기가 완벽한 사실을 판정할 수 없고 △피해자 여성의 입장에서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다른 증거를 제출할 수 없으며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손님으로 들어와 여성 접객원인 A와 담배를 피웠다.


노컷스포츠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용돈을 벌기 위해 친구 소개로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는 A양.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엔 거부감이 너무 심했고 울렁거렸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키스방 업주들 간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로의 업소에 손님인 척 가장해 분위기를 살피고 오는가 하면 예약을 해놓고 펑크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이어 그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키스방은 실제 일본식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주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키스방을 찾는 남성들도 실제 일본의 키스방이 어떤지를 알게 된다면 굳이 일본인이 운영하는 키스방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홍대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키스방이 오픈해 화제다.


높은 수입은 둘째 치고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싶은 시간만큼만 일을 해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 기타 유흥업소보다 일하기가 편하다는 것. 또 그녀는 “가끔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강요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이제 그런 사람들도 잘 요리(?)할 수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녀는 “아버지뻘 되는 손님이 올 때는 좀…”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흥가를 돌다 보면 혹은 인터넷 광고 배너에서 볼 수 있던 이름들이었다. 말이 좋아 붙은 이름들이지만 실상은 그저 성매매 업소, 유사 성행위 업소이다.


성매매 업소의 이같은 탈법 구직자 모집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면접에 응해 봤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시민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녀가 단순히 한 방에서 키스만 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경찰이 법적인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모른척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유흥 관계자들은 차후 키스방이 2~3년간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선보인 키스방 이외에도 어떤식으로까지 발전할지, 또 키스방 전체 시장이 대딸방, 페티시 업소 등을 제치고 유흥업의 대세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흐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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